어둠의 기사 배트맨 VS 절대 악 조커
운명을 건 최후의 결전이 시작된다!
정의로운 지방 검사 ‘하비 덴트’, ‘짐 고든’ 반장과 함께 범죄 소탕 작전을 펼치며
범죄와 부패로 들끓는 고담시를 지켜나가는 ‘배트맨’
그러던 어느 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던 범죄 조직은 배트맨을 제거하기 위해
광기어린 악당 ‘조커’를 끌어들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커의 등장에 고담시 전체가 깊은 혼돈 속으로 빠져든다.
급기야 배트맨을 향한 강한 집착을 드러낸 조커는
그가 시민들 앞에 정체를 밝힐 때까지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죽이겠다 선포하고
배트맨은 사상 최악의 악당 조커를 막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마지막 대결을 준비한다.
위에는 미국 대표 포스터, 아래는 한국 포스터다. 개인적으론 한국 포스터가 호감. 다크 나이트의 주연은 배트맨이 아닌, 조커와 투페이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눈은 조커, 찢어낸 입가를 배트맨으로 그려낸 위트가 좋다.
영화 개봉 당시, 나는 고등학생이었는데 그땐 한숨 편하게 자고 왔다. 너무 유명해서 보러 가긴 했는데, 시종일관 어두운 고담 시티는 당시 잠이 부족한 수험생이던 내게 깊은 졸음을 선사하사... 섹시한 크리스찬베일이 배트맨으로 분장만 하면 목소리가 이상해져서 '에잇, 피곤한데 잠이나 자자!'가 되버린 것.
그리고 몇년 후 대학생 때 후속편인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개봉했다. 기억도 안 나는 전작때문에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한편 땡겼다. 배달 시켰던 치킨은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미친듯이 영화에 빠져들었다. 치느님이시여, 그때만큼은 치킨이 눈에도 안 들어왔었다. 그 강렬했던 기억으로, 돈 아까워 영화를 재탕 안 하는 내가 2년에 한번꼴로 꼬박 보고 있다.
영원한 선도, 악도 없다. 다만 순수한 악이 있을 뿐
영화를 보며 내내 내 머릿속을 관통하는 문장이었다. 고담 시티라는 가상의 무법 도시라는 배경에서 출처가 무쌍 영웅물인 카툰답게 선과 악으로 고정된 역할들이 줄 수 있는 기대감이란 뭘까. 결국 권선징악 아닌가.
그런 생각따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시원하게 날려준다. 감독은 끊임없이 말하는 것 같았다. 영원한 선과 악은 없다고. 영화는 선택의 과정으로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자, 해방된 자는 미친 자 조커뿐이다. 놀란 감독은 화면을 통해 당신이 생각하는 고정된 성(性)이 없다고 말할 뿐이다. 오로지 인물의 선택에 따라 때론 악마가 되고, 때론 영웅이 된다.
가볍게 예시를 들어보자. 영화 내에서 가장 선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고든 경감마저 효울성+편리를 우선시하여 적법한 수사기관이 아닌 배트맨에게 불법적인 수사 공조를 요청한다. 투페이스는 두말 할 것도 없고,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형사들이나, 극의 말미에선 범죄자들도 그러하다. 우리의 주인공인 배트맨이 빠지면 섭섭하다. 그 역시 당연히(?) 목표를 위해선 과정의 정당성따윈 가볍게 무시할 수 있다. 때문에 그의 별칭인 Dark knight의 의미가 내겐 두 가지다. 하나는 밤에 활동하는 어둠의 기사인 그의 정체성이며, 다른 하나는 이 영웅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도덕적이고, 뒤가 아주 깨끗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White knight와 대비되는 Dark knight라는 것. 인간의 성(性)이 고정된 불변의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선과 악이라는 것은 선택에 따른 결과인 셈이다. 이 당연한 문장은 허접한 각본과 오락성만 돋보이는 블록 버스터에선 사실 보기 어렵다. 권선징악이라는 주제에 맞춰 악당들을 출현시키고, 현란한 그래픽을 녹여내고 바쁘게 싸워대는 통에 철학적인 내용을 녹여내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스트레스를 풀려고 가볍게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맞지도 않고. (그래서 고등학생때 숙면을 취했나 보다. 크흠)
사색을 하며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은 그야말로 놀란의 고담시티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흡입력이 이만한 블록버스터는 드물기 때문에 다년간 재탕, 삼탕을 했는데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던 극중 장치나 대사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가볍게 예를 들어보자면, 조커의 "why so serious?"인데... 언제였는진 몰라도 그 순간 나는 소름이 돋으면서 힘이 쭉 빠졌었다. 야,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어. 영화 흐름만 잘 따라오면 되지,라는 감독의 말이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착각이 들었기 때문. 아, 너무 깊게 들어갔었나보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세세한 말까진 할 순 없지만, 블록버스턴데 작품성, 대중성, 예술성에 게다가 교양까지 있다고..? 아니 끝에서는 윤리적 메시지까지 전달한다고...? 벌써 맛있지 않은가. 그냥 현대인이라면 봐야 할 세계 걸작이며 교양 영화다.
한 마디?
안 보면 손해(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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