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각하,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암살한다.

이 사건의 40일전, 미국에서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청문회를 통해 전 세계에 정권의 실체를 고발하며 파란을 일으킨다.
그를 막기 위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이 나서고,
대통령 주변에는 충성 세력과 반대 세력들이 뒤섞이기 시작하는데…
 
 흔들린 충성, 그 날의 총성

 

 

등장인물들의 모티브가 된 실제 인물은

김규평(이병헌)=김재규(당대 중앙정보부장),
박통(이성민)= 박정희 

박용각(곽도원)=김형욱(당대 전 중앙정보부장)
전두혁=전두환
데보라 심=수지 박 톰슨

<남산의 부장들>은 김충식 작가가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의 실체와 10.26 사건에 대해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1970년대 말 미국 하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이 남한 정권의 실체를 고발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중앙정보부장의 대통령 암살 사건이 있기까지 40일 동안 있었던 일을 상상력으로 꾸며낸 영화다.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한 실존 인물 김규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니. 한국인이라면 못 참지. 그리하여 트레일러를 보게 됐는데, 영상 속 숨을 내쉬는 간격까지 완벽하게 연기하며 절제하는 이병헌을 보니 이건 딱 답이 나왔다. 무조건 봐야지.

 

해서, 영화를 보게 됐다. 그리고 실망했다. 

감독의 연출 부족인가 혹은 각본의 부족인가. 영화의 결말은 누구나 예상했듯이 박정희가 암살 당하는 것이고 이후 작은 소동이 있지만, 어쨌거나 마무리가 된다. 질주하듯 폭발하는 결말이 있기 전까지는 사실상 말도 안 되는 느린 전개,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흐릿한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 지난하기까지 한 그 과정들을 참은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력빼곤 없다.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전개가 느리고 지지부진해도 결말에서 제대로 터져주던지. 아, 영화의 분위기 자체가 무겁고 정치물이기 때문에 타란티노 작품과 비교하는 것은 물론 무리임을 잘 알고 있다. 감독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역사에 기반한 정치물이고 더군다나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사건인데 진중하게 가야 된다, 라는 생각 그 자체에는 동의하는데 영화가 처음부터 "근엄하게 시작해서 근엄하게 끝날래"면, 차라리 다큐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영화 내 유일무이한 여성 캐릭터 데보라의 역할은 여전히 의문스럽다. 코리아 게이트 당시 실존인물 수지 박 톰슨을 모티브로 삼은 인물인데, 영화 내 그녀가 한 것은 오로지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박용각 지키기가 다였다. 여성 캐릭터가 없어서 넣었나, 싶을 만큼 극중 비중이 미미하다.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캄보디아에서는 300만 명도 희생시켰는데, 백만 이백만 밀어버린다고 큰일 나겠어요?"

 

 

한국의 지난 현대사의 비극만큼이나 아프게 다가오는 문장이다. 다만, 그 비극과는 별개로 실제로 이런 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정희 대통령과 그의 수하들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바라보는 데에 한 몫하는 대사.

감독이 중립적인 시각으로 10. 26 사태를 그려낸 영화로 봐야할 지 혹은 박정희 대통령과 수하를 악당 그 자체로 규정하여 그야말로 논픽션으로 봐야 할 지 전혀 알 수 없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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