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만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신물이 나서 더 이상 못 버티겠다 싶었을 때, 키토제닉 카페에서 키토 베이킹에 관한 게시글을 봤었다. 이거다 싶어서 재빨리 쿠팡 직구로 바닐라 에센스도 사고, 아몬드 가루도 사놓고 한참 만들어 먹다가 나중엔 바빠지고 시간이 없어져서 결국 또 재료만 남게 됐다. (할 말 없음)

 

유튜브에서 따라 하기 쉬운 키토 베이킹 영상을 따라 그 당시는 1일 1빵을 꼬박 만들어 먹었는데, 이상하게 작더라.

남들 영상 보면, 빵도 좀 커보이고 맛도 좋아보이는데, 내껀.................

진짜 열심히 만들었었다...ㅠㅠㅠ

 

목초 먹인 소의 우유로 만든 버터와 각종 유기농 재료 듬뿍 넣어서 만드는 과정을 재밌었는데, 들인 재료에 비해서 빵이 말도 안 되게 납작하게 나온다. 키토 베이킹 해보신 분은 내 마음 충분히 아실 거다. 재료가 얼마나 들어갔는데 빵이 이렇게 나오냐며 통곡에 통곡을 하다가 설거지거리를 보면 또 할말을 잃고..

 

여튼, 지난한 그 과정들을 반복하려니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더라. 그러나 지금은 21C 자본주의 사회.

결국 돈만 있으면 해결된다. 바로 키토빵 검색했는데, 이게 웬걸. 생각보다 키토 베이커리가 많았다. 그중에서 내가 선택한 곳은 저탄당 베이커리였다.

 

왜냐고?

이거 보고 안 넘어갈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해!!!!

 

내 눈을 의심했다. 초코????????초코?????초코?!!?!?!?!?!!??!??!?!?

차라리 식사를 거르면 걸렀지 과자, 쿠키 종류를 미친듯이 좋아하는 내겐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보다 더 큰 감동이었으니, 그러나 설탕이랑 밀가루 들어가면 다 아무 의미 없다. 그래서 상품 설명을 보았다.

 

유지방 38% 이상인 유크림 100% 제품과 무항생제 계란을 사용했고 방부제를 전혀 넣지 않은 건강한 빵에 마스카포네 치즈가 들어간단다. 순수 100% 카카오 파우더에 단맛은 에리스리톨과 알룰로스를 활용했다.

 

“일단 합격.”

 

 

무엇보다도 초코 카스테라 1개를 먹으면 쌀밥 두 숟가락 수준의 탄수화물이라니, 이런 기적같은 미라클을 보았나. 그래서 당장 시켜보았다. 

 

 

냉동 보관이 가능해서 한번에 쭉 시켰다. 이것저것 시키고 보니 5만원이 넘더라. 무료배송을 노린 것도 있었고. 

빵은 별로 안 좋아해서, 빵집에 가서 4만원 넘게 쓴 적이 없는데 아이고....... 가격이 좀 비싸긴 한데, 키토 베이킹을 해 본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안 가기도 한 게 사실(응?)

 

 

받은 날 저녁 바로, 초코 카스테라 이놈의 배를 갈라보았다.

한정 이벤트로 초코크림이 아닌 생크림을 넣은 초코카스테라였다.

 

내가 몇년 전 혼자 만들어먹었던 빵은 사실 빵이 아니라 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가족들한테 주면 퍽퍽해서 못 넘기겠다고 뭐라 그래서 삐져서 혼자 먹었는데, 아니 진짜 그건 빵이 아니었나보다.

 

분명 아몬드가루랑 아마씨 또는 차전자피를 넣었을 건데 무슨 빵이 이렇게 푹신할까. 기존의 빵보다 더 촉촉하고 푹신하다. 물론 한번에 왕창 먹으면 아몬드가루의 특성상 목은 좀 막히는데, 그게 어디 대수일까. 다이어트 중에 이렇게 맛있는 빵을 먹을 수만 있다면!!!!!!!!!!!!!!

 

초콜렛 향이 나는 빵을 먹으니까 갑자기 눈이 돌아갔다. 그리고 한 마리 짐승처럼 제자리 뜀뛰기 했다..너무 맛있어서.....

도지마롤이 생각나는 저 크림을 보아라....... 미친 비주얼과는 달리 단맛은 굉장히 적다. 크림에서 단맛은 거의 안 나고 깊은 우유맛이 났다. 그래도 그게 어디야. 아니 다이어트중에 크림을 먹을 수 있다니; 단맛이 거의 없을 뿐이지 생크림은 맛있고 크림 양은 적당히 많아서 아주 딱이다. 생크림은 정말 싫어하는 엄마도 내가 빌다싶이 해서 시식한 결과, 이 생크림은 단맛이 적어서 좋다는 평가를 내려주셨다. 

 

여긴 빵종류가 제한적인 게 단점이고, 식사빵은 가격이 거의 8000원에 육박한다. 가격 압박이 좀 거센데도 불구하고 굳이 다른 곳 시켜서 모험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굉장히 맛있다. 

 

길고 긴 다이어트 길에서 아주 큰 위로가 되어 줄 것 같은 소중한 저탄당 빵.....너무 소중해 이걸 발견한 내 자신 너무 자랑스럽고 잘했어. 

 

속세의 맛을 느끼고 싶은가? 그렇다면 저탄당 빵을 꼬옥 추천한다. 아, 물론 내돈내산이다(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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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를 시작하다.  (0)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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